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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의 책

알랭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바디우와 지젝, 현재의 철학을 말하다> 및 방한 행사

*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세계철학계의 거물 바디우와 지젝의 좌담집이 출간되었습니다. 동시에 이는 몇 일 후에 서울을 방문할 두 철학자가 던질 화두에 대한 사전 정지 작업이기도 합니다. 마침 네이버 캐스트에 이들의 방한을 다룬 기사가 실렸군요.  

 

 

 

 

한편에서는 “철학은 죽었다”고 선언되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철학의 대중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본격 철학책이 1,000부도 읽히기 어렵다지만, “쉽게 읽을 수 있고” 때로는 “치유까지 해주는” 철학서(?)들은 끊임없이 출간되고 있다. 심지어 TV쇼에도 철학자가 나오는 시대이다. 우리 시대의 철학은 과거의 그것과 의미와 역할이 바뀐 것인가. 철학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현실에 대해 무엇을 하긴 해야 하는가, 해야 한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2004년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프랑스의 철학자 알랭 바디우와 슬로베니아의 철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슬라보예 지젝이 만나, 바로 이 질문에 답을 했다. 철학은 현실에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가. 그것은 아마도 ‘철학은 무엇인가’에 관한 답일 것이다.

도서출판 길에서 이번에 소개하는 책은 2004년의 이 대담의 기록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편집자 서문
알랭 바디우: 사건을 사유하기
슬라보예 지젝: ‘철학은 대화가 아니다’
토론

 

 

“철학이란 우선 무엇보다도 새로운 문제들의 창안에
다름 아니다.“ ―알랭 바디우
“철학은 이미 처음부터, 자신만의 고유한 장소에 거하고 있다는 확실성을 가진 사람들의 담론이 아니었다.” ―슬라보예 지젝

동시대 철학의 비전에 관한 두 철학자의 공통된 대답이자
그들 철학의 토대를 보여주는 입문서


이 책에서 바디우와 지젝이 공히 제출하는 대답은 “철학은 현실에 개입해야 한다”이다.(사실 이는 그들이 그간 보여준 이력만 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답이다.) 이러한 전제 아래서 그들은 “어떻게”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해나간다.
먼저 바디우가 강의를 하고, 뒤이어 지젝이 강의를 한다. 그리고 세 번째 섹션에서는 두 사람 간의 토론이 진행된다. 두 사람의 토론은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불꽃이 튀는 논쟁이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두 사람은 서로의 생각에 반복해서 동의의 의사를 표하며 자신들이 “동지”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동시대 가장 적극적으로 철학적 사유를 전개하는 동시에 현실 참여도 왕성한 두 탁월한 철학자가 각자의 철학적 기반 위에서 서로에게 공감하며 “함께” 제시하는 “철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음은 물론이다.
덧붙여 이 책은 두 사상가의 철학으로 독자들을 안내하는 적절한 입문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질문 자체가, 이 두 철학자가 철학함에 임하는 입장과 자세, 그리고 그 철학함의 토대가 되는 사유에 대한 설명을 끌어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철학은 정치적 투쟁과는 다른 방식으로 현재에 개입하며
그 방식은 결정과 거리를 밝히고, 예외/사건을 받아들이는 이질성에서 출발한다


책은 “사건을 사유하기”라는 제목을 단 바디우의 강의와 함께 시작된다.

먼저 버려야 할 잘못된 생각이 있는데, 철학자는 모든 것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생각이 왜 잘못된 것인가? 철학자는 자신의 문제를 구성하는 사람, 즉 문제의 창안자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철학자는 텔레비전에 밤마다 출연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 받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진정한 철학자는 중요한 문제들이 무엇인지 스스로 결정하는 사람, 그러니까 모든 사람들에게 새로운 문제들을 제기하는 사람인 것이다. 철학이란 우선 무엇보다도 새로운 문제들의 창안에 다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