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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기획

시민집담회:내가 살고 싶은 나라/세월호란 이름이 뜻하는 것(진태원 인문특강)

<시민행성 시민집담회: 내가 살고 싶은 나라>

 

 

 

 

 

 

 

시민행성의 시민집담회 <내가 살고 싶은 나라>가 철학자 진태원, 고병권, 정치학자 김정한, 시인 진은영 선생님이 패널로 참여하고, 많은 시민들의 활발한 참여로 진행되었습니다. 시민집담회의 열기를 전하는 목소리들 몇을 옮겨 놓습니다.

 

진태원:  국가는 자명한 것으로 이미 주어져 있었다. 그러나 세월호는 단단한 실재였던 것이 공백이자 구멍이었다는 게 드러났다. 나라를 처음 세우는 제헌의회 의원처럼 내가 원하는 나라에 대해 질문해야 할 때다. 우리가 살고 싶은 나라가 아니라 내가 살고 싶은 나라가 되어야만 한다. 각자 내가 원하는 나라가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고병권: 권리를 금지하는 법을 넘어서는 것은 연대다

어떻게 애도 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 나와 나라를 연결하는 애도의 방법이 필요하다.

 

김정한: 세월호는 국가가 없다. 사회가 없다는 것을 일깨우지만, 국가란 원래 그런 거다라는 관점도 있다.

 

진은영: 선장의 행위를 보고서 우리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라는 견해도 많다. 그것을 본능으로 말한다. 그러나 그러한 무책임의 본능은 진짜 본능이 아니라, 이기적 시스템 속에서 중독되고 왜곡된 본능일 수 있다. 중독된 본능을 탈취시키는 것이 인문학의 몫일 수 있다.

 

시민1: ‘가만히 있어라라는 방송이 가장 힘들었다. 가만히 있고 싶지 않았다. 국가가 허구적이라 생각했지만, 그것마저 작동되지 않을 때 어떻게 되는가. 이산가족을 찾는 사람들을 이해하게 됐다. 혈연공동체가 할 수 없는 것이 사회(국가)라 생각했다. 어떻게 국가를 만들 것인가.

 

함돈균: * 문명화된 사회에서 우리는 에티켓을 가지고 있고 그렇게 교육된다. 분노도 제어하고 스스로 통제한다. 분노의 에너지를 폭력적 제도를 무너뜨리는 에너지로 전환한다는 것은 이제 매우 어렵다.  

   

시민3: 폭동을 일으키지 않는 애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분노하지 않는 아이들. 힙합하는 아이들이 욕을 못한다. 관심 없는 사람도 많다.

   

고병권: 애도의 중요한 주체가 아이들인데 그들이 정치적 주체가 되지는 못한다. 너희들을 못 돌본 내 잘못이다 라는 식의 애도는,. 너희는 가만 있으라는 것의 반대 버전일 수도 있다.

 

 

 

 

 

시민4: 새만금의 갯벌을 파묻을 때, 돼지를 파묻을 때, 우리 사회의 산업재해들이 떠올랐다. 세월호는 무수한 우리 사회의 트라우마가 돌아온 것이다.  장담는 내 소박하고 구체적인 삶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생명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문명이 무엇인가라는 질문. 마을이 모여서 국가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시민5: 공무원이 되고 싶은 학생이다. 잊지 말자는 얘기를 했는데, 잊지 않은 이후에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국가는 총제적 구멍이나 부재나 공백인가, 부분적 결함인가. 나는 국가 기관에서 일하고 싶은데,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시민6. 국가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다. 수많은 분노가 겹쳐서 특별하게 분노하지 않는다. 그래서 깊은 슬픔만 밀려왔다. 국가에 대한 기대보다는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국가에 요구하기보다는, 그 테두리에서 안정성을 누리기보다는 나 자신과 우리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실천해 보려고 한다. 국가라는 제도적 관념적 테두리를 넘어서 내가 국가를 만들어 보자는 의지. 그것이 새로운 국가라는 관념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시민 7: 선장의 자리에서 나는? 슬펐고, 분노하다가, 외면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며 무섭다. 내가 살고 싶은 나라 이전에 내가 살고 싶은 삶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

 

시민8: 봉기하기 쉽지 않은 세태. 먹고 살기 쉽지 않다. 이명박시대 때부터 이런 생각을 더 하게 되었다. 공포정치를 통해 먹고 살기 쉽지 않다는 의식을 주입하고 현실적으로 불안을 조성한다. 한편 쉽게 비판적 목소리를 낼 만한 데가 너무 많다. 인터넷을 통해 표출하고 면제부를 얻는다.

한편 이게 실상이다라는 생각을 한다. 군대를 보면 해경의 현상태는 비정상의 정상성이다. 한번도 재해 처리를 잘 해준 적이 있는가. 국가는 무엇을 우선으로 하고 있는지, 위정자의 욕심은 끝이 없다. 직업에 대한 자존심도 없다. 생명윤리도 없다. 먹고 살기 바빠진 것은 먹고 살기 바쁜 세상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시민9: 서울시 공무원이다. 윤리적 딜레마가 많다. 고위공무원은 주체적으로 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매뉴얼에 따라 살기 원한다. 소명의식이 없고, 직업으로서만 살려고 한다. 그러나 시민이 공범이 아닌가. 이 정부의 문제만은 아니다. 학교에 선비의식, 소명의식 교육과 시스템을 도입. 일관되게 소명의식을 지닌 공무원이 승진할 수 있도록 제도화 할 수 있도록 시민이 도와주면 좋겠다. 교육의 본질, 공동체의 본질과 관련하여 고민하자. 정치적 대결과 이해관계로가 아니라.

 

시민10: 제도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사랑하게 하는 어떤 것이 필요하다.

   

진태원:집단적 책임의식을 어떻게 지속시킬 수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이원: 세상에 나타나는 시간은 모두 방식과 시점이 다르다. 문학은 이 시간을 좀 더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진은영: 본능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본능도 권력과 자본에 중독된 것이다. 문학은 중독을 끊는 것이다.

 

시민11: 머무는 것은 시인이 짓는다.

 

시민12: 5.18광주에서 전남도청에 있었다. 그때도 정부는 가만히 있어라고 말했다. 국가살인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 비서실장이 유신헌법 초안을 만든 사람이다. 국가의 인적구성이 그대로다. 국가권력은 언제나 살인할 수 있다. 시민사회 복원이 필요하다. 종교와 시민사회의 접합을 위한 시민보살이라는 화두가 내게는 중요하다.

 

시민13: 너무 많은 말로 이 사건이 소진되면 어떡하는가 하는 걱정.

 

 고병권: 칼폴라니가 말했다. " 옛날에는 모두 굶어죽거나 아무도 굶어 죽지 않는다." 세월호가 주는 국가의 배신은 우리와 함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전통적 공동체가 없다. 언제부턴가 누가 권력을 점유하느냐에 따라 한쪽만 생존한다. 다른 쪽은 다 죽는다. 국가는 부분이 되었다. 국가가 특수집단처럼 기업처럼 행동한다. 국민과 거래한다. 각자 살라고 한다. 공동체-함께 산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진태원 특강: 세월호라는 이름이 뜻하는 것>

 

 

 

 

 

 

 

 

철학자 진태원 선생님의 특강으로 '세월호란 이름이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강의와 대화가 진행되었습니다. 진태원 선생님은 세월호를 알튀세르의 과잉결정이란 개념을 이용하여 "과소주체적 사건"이라고 해석했습니다.

하나의 '불운'일 수 있었던 '사고'가 '불의의 사건'이 되었던 배경을 객관적, 주관적, 반인간적 측면으로 살피고, 여기에서 나타난 정부와 사회의 무능을 행정적, 정치적, 도덕적 차원에서 분석했습니다.

 

이 사건은 자명한 것으로 주어졌던 국가의 공백, 부재, 구멍을 드러내는 증상적 사건이며, 여기에서 주체는 '시민적인 것'이 최소화된 과소주체적인 것으로 드러납니다. 푸꼬에 따르면 신자유주의는 '기업가 주체'를 만드는 것을 말하는데, 과소주체적 상황은 이러한 주체의 현재적 상황이기도 합니다.

 

진태원선생님은 내가 원하는 나라, 내가 욕망하는 나라가 무엇인지에 대한 자기 확인이 필요하며, 이것은 과소주체적인 우리 사회의 상황을 시민적 주체로 전환하는 것과 관련된다고 말합니다. 또 해방 이후 '잘먹고 잘 살자'라는 유일한 가치밖에 없는 가치 공백의 전환을 촉구하는 사건이기도 하다고 강의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