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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행성 이야기

<붓다에게 묻다> 조성택교수님 한국불교원로들과 국제불교학계에 실천적 불교 강론

 

 

 

2013년 10월 20일 (일) 12:53:03 조현성 기자 cetana@gmail.com

 

 

“불교는 멤버십에 기반한 종교가 아니다. 일부 종단에서 ‘신도증’ 같은 불교적 멤버십 강화를 시도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 불교는 사부대중 승가와 같은 ‘느슨한 형태’의 개방적 공동체를 지향해야 한다.”

조성택 교수(고려대, 우리는선우 이사장)는 20일 서울 불광사에서 ‘현대사회의 위기와 종교공동체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불광사 중창불사 낙성기념 국제학술포럼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종교·종파 초월은 연기적 세계관 실천”

조 교수는 ‘현대사회에서 불교의 역할’에서 한국불교가 개방공동체 승가를 지향·확립해야 하는 까닭을 한국 특유의 종교적 환경에서 찾았다. 다종교사회이자 인구 51%가 무교인 무종교사회로 승가의 개방성은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한국불교가 선종을 표방하는 ‘조계종’이라는 명칭으로 포괄할 수 없는 다불교적 상황이라는 이유도 꼽았다. 조 교수는 “이미 한국불교에는 다양한 형태의 수행법과 경전, 수입불교가 존재한다. 특정 수행법·경전을 고집하는 것은 불교적이지 않다. 개방적인 승가 형태를 통해 다양성을 한국불교 미래의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한국불교에 요구되는 승가의 개방성은 서로 다른 종교·종파를 넘어서는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전통적인 사부대중의 의미를 넘어 출재가, 남녀, 불자·비불자 등 다양한 계층과 신분의 결합을 상징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유정·무정까지도 승가의 일원이 된 사부대중의 개방적 승가는 연기적 세계관의 또 다른 실천이다”라고도 했다.
 
   

“대승불교 출가자라면 헌신 희생 봉사 필수”

조 교수는 “불교의 존재 이유는 이 세계에 대한 설명이 아닌 이 세계를 보다 나은 세계, ‘모든 생명의 안녕과 행복이 실현된 세계’로 변혁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승가가 존재하는 까닭은 부처님 가르침을 실현하는데 있다. 부처님 가르침이 실현되지 못한 것은 승가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초기불교에서 승가는 도덕적 권위와 가치의 상징으로 재가자를 위한 복전의 역할을 했다. 출가수행자들은 노동 대신 수행에 전념했다. 그들은 재가자가 제공하는 경제적 재화를 공덕이라는 도덕적 가치로 바꿔줬다.

이런 기능은 대승불교에서 비판 받았다. 대승불교에서는 출가자들이 수행 외에 헌신 희생 봉사 등 사회에 대한 적극적 기여를 요구받았다.

이를 조 교수는 “출가자들이 과거 단순히 복전이라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복을 지어야 하는 적극적 행위자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자들, 단순·소박한 삶으로 이웃 위한 교사돼야”

조 교수는 “불교는 욕망의 실현을 통해서가 아니라 욕망의 감소를 통해 더 행복해진다는 것을 근본 가르침으로 하고 있다. 출가자의 삶은 적게 먹고 적게 쓰는 ‘소욕지족’의 삶”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불교가 ‘문명비판’을 통해 기독교가 일조해 온 근대문명의 폐해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과잉 욕망의 시대에 단순·소박한 삶을 산다는 그 자체가 문명비판의 실천이자 불교 본래 가치의 실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출·재가자가 단순·소박한 삶의 방식을 지향해 문명비판의 실천가이자 이웃을 위한 교사가 돼야 한다”고 했다.

   

“승가, 영성 말고 지성도 줄 수 있어야”

조 교수는 “전통승가는 ‘복전’으로 영성에 역할이 한정됐지만 현대 승가는 역할과 지성을 모두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한다”며 “승가교육 시스템을 보완해 사회 구성원의 영적·정신적 가치 함양을 증장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불교가 영적·정신적 가치에 힘쓰는 것은 승가 본래의 역할을 회복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했다.
조 교수는 “영적·정신적 가치에 집중하는 것은 여전히 ‘전통의 권위’를 강조하거나 ‘말뚝신심’ 만을 강조하는 현실을 개선하는 역할도 한다”고 설명했다.

   

지홍 스님 “결사가 불교 타락 극복케 해”

이에 앞선 19일, 불광사 회주 지홍 스님은 기조연설에서 “오늘날 종교는 물질적 성장은 달성했지만 공동체적 정신과 삶을 담보하지는 못했다. 건물은 거대해졌지만 소유는 공동체가 아닌 개인의 것이 됐다. 공유와 베품 같은 공동체 정신은 퇴색하고 독점과 사유화가 종교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종교가 가진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고 파현화로 치닫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체성을 회복해야할 시점”이라며 “결사 등 공동체운동이 불교를 건강하게 했고 세속화로 치닫는 타락을 극복케 했다”고 강조했다.

스님의 기조연설에 이어 틱찬팜캄 스님(플럼빌리지 아시아생활불교연구소장), 피쿨 와니차피차트 박사(태국 송클라 국제불교대학 집행위원), 스티븐 A 스미스 명예교수(미국 클레어몬트 메케나대), 앤써니 수사(서강대 명예교수) 등이 플럼빌리지와 아쇼카 공동체, 퀘이커 공동체 펜들힐, 떼제 공동체를 학술적으로 조명했다.

20일에는 조성택 교수 외에도 담마나나 스님(미얀마 마하시명상센터), 먀오판 연구원(불광산사 인간불교연구소), 유정길 대표(에코붓다) 등이 마하시명상센터와 불광산사, 한국 불교공동체 관련 주제발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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