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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행성 이야기

<최장집의 한국민주주의> 한겨레신문(2013.6.9) 보도

 

한 주를 여는 생각
최장집의 한국민주주의론
김정한 편저/소명출판 펴냄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2002년 펴낸 그의 대표 저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매우 논쟁적인 문장으로 시작한다. “나는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가 질적으로 나빠졌다고 본다.”

권위주의 체제가 종식되고 ‘민주정부’가 연이어 들어섰지만, 계급간 불평등 구조는 심화되고 사회적 이동성은 약화됐고 빈곤 가구는 더 늘고 있다. 그는 “민주화가 실질적 내용, 사회경제적 측면의 개혁에서는 무력했다”고 지적한다. 제도권 정치세력은 현실을 개선할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보수적 경쟁’에 머물고, 그 결과 서민과 노동계급의 이익과 요구가 정치적으로 대표되지 못하는 ‘노동 없는 민주주의’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장집 교수의 민주주의론은 최근 다시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지난달 안철수 의원(무소속)의 싱크탱크 ‘정책 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으로 그가 전격 영입된 것이 직접적 계기다. ‘진보’ 정치학자로 분류돼온 최 교수와 ‘중도’ 이미지의 안 의원, ‘정당정치’를 주창해온 최 교수와 정당 시스템 ‘바깥’에 있는 안 의원은 얼핏 보기에 ‘어색한’ 조합이다. 이 둘의 결합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궁금하다면 국내 진보 성향의 소장학자 10명이 최 교수의 정치이론을 비판적으로 평가·분석한 <최장집의 한국민주주의론>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이들은 그가 “대개의 자유주의적 학자들과 달리 노동의 불평등이나 사회적 시민권(복지, 고용 등 경제성과를 분배받을 권리)의 취약성을 개혁하는 것을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제기하고 있다”고 ‘진보성’을 평가하면서도 그의 ‘중산층 지식인’적 한계, 자본주의 정면 비판까지 나아가지 못하는 자유주의적 한계, 정당 민주주의가 구조적으로 배태하는 엘리트주의적 한계를 지적한다.

그럼에도 기존 정당정치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시점에서 ‘최장집 논쟁’이 한국 정치에서 ‘어떤 진보인가’, ‘어떤 민주주의인가’에 대한 담론 경쟁을 촉발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한겨레신문 201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