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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행성 이야기

시민행성 운영위원 이원 시인 인터뷰 * 시민행성 운영위원이신 시인 이원 선생님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제13회 미당·황순원 문학상] 고독에 대한 명상 … 얼음 속에 갇힌 것 같은 [중앙일보] 입력 2013.08.15 00:10 / 수정 2013.08.15 16:35 본심 후보작 지상중계 ⑥ 시 - 이원 '우리는 지구에서 고독하다' 외 14편 이원 시인이 꼽는 올해의 인물은 “희망을 도둑맞지 말라”고 말한 프란치스코 교황이었다. 오늘을 관통하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3년 연속이다. 이원(45) 시인은 지난 3년간 미당문학상 수상 후보로 빠짐없이 거론됐다. 지금 그가 우리 시단에서 가장 성실하게, 그리고 날을 세운 채 시를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2년 전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야후!의 강물에.. 더보기
<사물의 철학> 크로노그래프시계 - 시간을 쪼갤 수 있을까 크로노그래프 시계 - 시간을 쪼갤 수 있을까 손목 위 시계를 본다. 일반적인 분침과 시침 외에 12시를 가리키며 정지해 있는 가늘고 긴 바늘이 있다. 3시, 6시, 9시 방향에 각각 더 작은 바늘과 더 작은 눈금으로 나뉜 세 개의 작은 시계들(?)이 수상하다. 작은 시계들은 비행기 계기판이나 경주용 자동차 속도미터기 같다. 오른쪽 버튼을 누른다. 정지되었던 12시 방향의 가늘고 긴 바늘이 돌아간다. 바늘의 움직임은 눈금과 눈금 사이의 이동 간격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이제 보니 프레임을 이루는 큰 시계 속 분침과 시침도 100분의 1 단위 미세 눈금 사이로 움직인다. 나머지 작은 시계들의 바늘도 제각각의 리듬과 눈금 단위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 고급 시계의 일반 모델이 된 크로노그래프 시계.. 더보기
<사물의 철학> 생수 - 미래에서 온 타임캡슐 생수 - 미래에서 온 타임캡슐 어릴 때 읽은 어떤 소설 속 인물이 그랬다. `미래에는 물도 사서 마시게 된대.` 그로부터 수십 년, 미래는 정확하게 실현됐다. 필자도 자주 생수를 사먹는다. 이상한 건 생수를 볼 때마다 단순한 물이 아니라 해독되지 않는 암호를 품은 낯선 사물처럼 생각된다는 거다. 최근에서야 이 기묘한 이물감의 실체가 뭔지 알게 됐다. 한 베이커리 냉장고 앞에서였다. 일반적인 물병이 아니라 미래에서 온 것처럼 길쭉하고 투명한 `캡슐` 모양 용기에 든 생수와 마주친 것이다. 생수(生水)는 말 그대로 `살아 있는 물`이라는 뜻이다. `죽은 물`과 이것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특별한 수원지를 자랑하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물맛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서울시의 설명에 따르면 건강에 좋다는 미네.. 더보기
<사물의 철학> 아버지의 카메라 - 늘 한송이의 꽃 아버지의 카메라 - 늘 한송이의 꽃 자전거를 타고 집 근처 공원을 지나다가 저편 나무 앞에서 카메라를 들고 접사에 몰두하고 있는 낯익은 사람을 봤다. 이젠 머리칼이 희끗희끗한 아버지였다. "이렇게 더운 날 뭐하고 계세요?" 이쪽을 보신 아버지가 아들임을 확인하고서는 활짝 웃으며 대답하신다. "어, 너구나. 꽃을 찍고 있어." 부모님 집 벽은 이렇게 찍은 사진들로 꽃밭이다. 눈에 띄는 것은 액자 속 꽃은 꽃무더기가 아니라 늘 한 송이라는 사실이다. 비슷해 보이는 무리 중에서 단 하나의 대상에 포커스를 맞춘 확대 사진. 디지털카메라 등장, 화소 수 높은 카메라가 휴대폰과 한 몸이 되면서, 이 물건은 소소한 일상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는 갑남을녀의 `생활 장난감`이 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연령대에 따라 사진에도.. 더보기
남자의 양말 - 고른 것은 누구일까 남자의 양말 - 고른 것은 누구일까 여자에게 스타킹은 제2의 `피부`다. 그렇다면 양말은 남자에게 무엇일까. 장기 불황의 여파는 초미니스커트의 대유행에 이어 남자의 바지 길이마저 발목 위로 올라가게 하고 있다. 그러자 오랫동안 망각되었던 남자의 패션(?) 지대가 공개되기 시작했다. 신발 속에, 바지 밑단에 가려졌던 양말이 그것이다. 양말은 바지 밑단 속으로 은폐하거나 무채색으로 튀지 않게 해야 하는 억압의 사물이었다. 그러나 최근 도시남의 발 주위를 관찰해 보라. 발등에 바이올렛이 피었고, 발목에 무지개가 뜨고 있으며, 알록달록한 물방울이 복숭아 뼈 주위에서 보글거리고 있다. 이제 양말은 신는 게 아니라 `입는` 사물이다. 이 현상을 단지 불황의 소비심리학이 아니라 사회적 징후로 보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 더보기
<사물의 철학> 블랙박스 - 어둠은 회귀한다 아시아나 항공기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하다가 사고를 냈다. 여러 가지 증언과 추측이 이어지고 있지만, 사고 원인 규명의 핵심은 비행기 블랙박스(Black Box)를 해독하는 데 있을 것이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는 지난주 이례적으로 블랙박스를 트위터에 전격 공개했다. 그런데 이 사진을 보고서 갸우뚱했던 이들도 적지 않았을 것 같다. 공개된 블랙박스는 `블랙`이 아니라 `오렌지`색이었으니 말이다. 사실 블랙박스는 검은색이 아니다. 비행기 사고 속성상 블랙박스는 수거 용이성을 위해 최대한 눈에 잘 띄는 오렌지색이나 노란색으로 만들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블랙박스에 `블랙`은 왜 붙여진 걸까. 명칭을 해명하는 게 이 글의 목적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 `진실`의 박스를 `검은색` 이미지로 부르는 언어.. 더보기
<사물의 철학> 야구공 -지구와 닮은꼴 야구공 - 지구와 닮은꼴 야구공 단면을 본 적이 있는가. 흰 가죽 두 장을 맞붙여 적색실로 꿰매어 만든 거죽 속으로 들어가면, 중심을 촘촘하게 감싸고 있는 실뭉치가 나온다. 그 중심에는 작은 구 모양 코르크가 박혀 있다. 이 단면도는 `지각-맨틀-핵`으로 이루어진 지구 내부와 유사하다. 그래서일까. 겨우 한 주먹에 들어가는 이 작은 사물의 값어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LA다저스가 한화이글스 투수 류현진에게 지불하기로 한 연봉은 6년간 3600만달러(약 400억원). 별도로 한화에 지불한 이적료는 2574만달러(약 280억원). 입이 쩍 벌어질 일이지만, 이건 약과다. 뉴욕양키스 알렉스 로드리게스 연봉은 10년간 2억7500만달러라고 한다. 요즘 환율로 어림잡아도 3000억원이 넘는 돈이다. 하루에 8300.. 더보기
지식공동체의 재구성 - <시민행성> 소개 경향신문 2013.7.15 올들어 지식인 사회의 두드러진 움직임은 협동조합 만들기다. 이미 창립총회를 열어 출범한 곳도 여럿이고, 협동조합이나 법인을 염두에 둔 채 연구공동체로 시작한 모임도 있다. ‘지식공동체의 재구성’이라고 부를 만한 이런 움직임은 지난해 대선 이후 뚜렷한 좌표를 찾지 못하는 진보·좌파 진영의 새로운 지식·인문 운동 성격을 띤다. 이들 공동체는 지식담론 생산의 위기, 대학과 제도의 위기 속에서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저항기지의 역할을 추구한다. 동시에 대중과의 괴리를 극복하기 위해 소통과 연대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 어떤 공동체가 있나 올해 첫 출발한 지식·인문 협동조합은 ‘급진 민주주의 연구모임 데모스’다. 2008년 1월 성공회대 사회학과 석·박사 과정을 밟던 대학원생이 만든 ‘급진 민주주의 연구모임’이 .. 더보기
<사물의 철학> 우산 - 비오는 날의 선물 `머피의 법칙`이다. 장마가 시작된다는 일기예보에 일주일 내내 가방에 넣고 다니던 우산을 무거워서 놔두고 왔다. 한 주 내내 땡볕만 내리쬐더니 하필 우산이 없는 지금 퇴근하려던 참에 비가 내린다. 회사와 지하철역 사이 거리, 도착역에서부터 집까지의 거리를 떠올리면서 낭패감에 젖는다. 아무래도 비를 맞고 가기에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단돈 5000원을 주고 사는 데에도 망설여지는 게 바로 우산이다. 우산은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는 사물이다. 공중을 향해 이 사물을 들어올리자마자 하늘에는 방사형의 가는 뼈대와 작고 둥근 천으로 이루어진 움직이는 지붕이 마술처럼 펼쳐진다. 그 지붕은 오직 비오는 `순간에만` 유효하며 `나에게만` 봉사한다. 이 사물이 두 사람의 공동 지붕이 되는 경우도 가끔 있다. 그렇다 하.. 더보기
<사물의 철학> 쇼핑카트 - 권력의 사각 프레임 아내와 함께 쇼핑카트를 밀면서 `산책`을 즐긴다. 당신은 입가에 웃음을 띠면서 아내와 카트를 번갈아 쳐다본다. 흡사 곧 태어날 아기를 태운 유모차를 끄는 젊은 아빠 같은 모습이다. 신도시에 사는 당신 집 주위에는 다른 대형마트가 두 개 있다. 어디로 산책을 가든지 커다란 사각형 철제 수레를 미는 곳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이 사물은 제 안에 견고하고 넓고 깊은 빈 공간을 열어 놓음으로써 어떤 물건이라도 무사히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는 안도감을 준다. 콘플레이크, 생선, 샴푸, 신발, 자동차용품과 조립용 의자까지 빼곡히 담겼다. 무엇이든 수용하는 무차별성이 이 사물의 `톨레랑스(관용)`를 보여준다. 180도 자유자재로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바퀴는 유연성을, 브레이크가 없으면서도 원하는 지점에 정확히 정지하고.. 더보기